보드게임 프리드리히(게임 소개, 규칙 설명)를 4명이서 플레이해본 후기입니다. 시작할 때 13카드 4장으로 제비 뽑기를 해서 역할을 정했습니다. 저는 마리아 테리지아 역할로 오스트리아와 신성 로마제국군을 플레이 했습니다. 모두 첫 플레이였기 때문에 숙련자룰은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초기 장군과 보급 부대의 배치 상황입니다.



상황 지도를 정리해서 아래와 같이 그려봤니다. 동그란 고리로 표시한 것은 각 국가의 장군들의 초기 위치이며, 사각 고리는 보급 부대 위치입니다. 각 국가의 목표 도시들은 그 국가의 색깔로 흐리게 표시된 곳들입니다. 이를 점령하기 위해 프로이센과 하노버를 둘러싼 5개의 국가가 공격해야하는 방향을 화살표로 표시했습니다.



초반 2~3턴은 국가별로 이동만 주로합니다. 그로 인해 초반 프로이센은 굉장히 강력합니다. 그 전투가 없는 턴 동안 매 턴마다 7장씩 전술카드를 쌓아둔 프로이센은 다른 국가들이 전투를 붙으면 십중팔구 못 이깁니다. 처음 프로이센에게 싸움을 걸었던 건 3턴째에 제가 운영하는 오스트리아였습니다. 그나마 오스트리아가 가장 장군도 많고 병력이 프로이센과 비슷한 규모였거든요. 아래 사진이 당시 배치도입니다.



상황을 보면, 프랑스가 하노버쪽 도시를 하나 점령하면서 하노버 영토로 들어가고 있었고, 하노버 장군들은 살짝 북쪽으로 물러났습니다. 스웨덴은 국경에서 프로이센 북쪽을 지키고 있는 장군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러시아는 모든 병력을 동북쪽에 고립된 넓은 프로이센의 영토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신성로마제국군은 작센의 경계에서 프로이센 눈치를 보고 있었고, 오스트리아도 작센 경계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이때 프로이센 남쪽에 있는 두 명의 프로이센 장군에게 오스트리아가 클로버 지역에서 전투를 걸었죠.


나름 클로버 카드가 많았고, 예비군 카드도 두 장이나 들어왔던 제가 나름 자신있게 싸웠는데 우습다는 듯이 더 많은 카드로 반격해오는 프로이센에 눌려서 병력을 2개 잃고 2칸 후퇴하면서 보급까지 끊겨버렸습니다. ㅠㅠ (예비군 2개나 다 썼는데..) 전술 카드를 계속 모아온 초반 프로이센은 누구도 전투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그 때 느꼈습니다. 그러나 프로이센이 초반에 승리에 도취되면 후반에 힘들어진다는 것을 게임이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알겠더군요.


어쨌든 저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그 다음턴에 두 장군의 병력을 합쳐서 다시 한 번 전투를 걸었는데, 거기서 크게 져버렸습니다.ㅠㅜ 다행히 전멸당하지는 않았지만 병력을 7개나 잃었고, 그보다 더 끔찍했던 것은, 7칸 후퇴해야 핬기 때문에 프로이센이 제 병력을 아래 사진처럼 저 멀리 폴란드땅까지 보내버렸습니다. 덕분에 장군 2명이 보급이 끊겨서 부대가 공중분해되기 직전이 되었죠.



이제와서 돌아보니 당연한 거지만, 병력은 전투의 승패와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술카드의 보유량입니다. 다만, 병력이 많으면 전투를 했을 때 전멸당하지 않고 후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집니다. 모든 국가는 장군 1개가 아쉬운 상황들입니다. 사방에서 지킬게 많은 프로이센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국가들도 점령해야할 목표 도시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장군이 하나 뿐인 스웨덴과 신성로마제국군은 엄청 막막하죠.


이렇게 제가 남부전선에서 프로이센에게 대패하고 있는 동안, 서부전선 하노버에서는 프랑스가 전 병력을 집결시켜서 하노버땅을 짓밟고 있더군요. 저 3층으로 쌓아올린 장군들의 위용... (아, 부러워..ㅠㅜ)



게임 초반 프랑스는 프로이센 군이 아니라 하노버군을 상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투가 매우 수월합니다. 프랑스는 매턴마다 거의 4장의 카드를 받는 셈(4장 중 3장 선택)이고, 하노버는 2장을 받기 때문에 전술카드의 양과 질이 차이가 큽니다. 그 때문에 프리드리히역을 맞은 친구가 하노버 장군으로 최대한 병력을 잃지 않고 후퇴하려고 하면서 프랑스군의 진군을 조금이라도 늦출려고 노력하더군요.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는 분명 큰 숫자의 전술 카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적당히 싸우고 후퇴하기 위해서는 작은 숫자나 중간 숫자의 전술 카드가 필요하더군요. 전투가 붙었는데, 싸우다보니 내가 질 것같은데, 만약 손에 든 전술 카드가 전부 큰 숫자들이면 후퇴할 타이밍이 잘 안생깁니다.ㅠㅜ 당연하지만 마음대로 숫자를 정할 수 있는 예비군 카드는 정말 최소 피해로 후퇴할 때를 위해 써야할 것 같더군요.


그리고 상대방의 점령을 내가 꼭 틀어막아서 싸울 필요 없이, 상대가 싸움을 걸수는 없지만 한 턴에 점령은 못하도록 하는 적절한 거리(도시는 보호하면서 전투는 피할 수 있는)를 유지하는게 프리드리히에게 꽤 중요해보였습니다. 최대한 많은 도시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도시에 장군을 두면 상대방이 상당히 골치아파지죠.


한편 동북쪽 프로이센 영토를 러시아군이 포위했습니다. 원래 의도는 빠르게 이쪽 고립 영토를 다 점령하고 베를린을 향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술카드 운이 끔찍히도 없던 러시아는 저 프로이센 장군 1명을 잡기 위해 필요한 하트와 스페이드가 몇 턴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러시아 장군들 전체가 1명의 프로이센 장군 때문에 허우적거리게 되버렸습니다. 차라리 한, 두 장군을 프로이센 중심부쪽으로 이동했었다면 그쪽의 목표도시들이라도 점령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죠. ㅠㅜ


프로이센을 상대하는 5개 국가는 최대한 프로이센의 전선이 넓어져서 프로이센을 정신없게 만들고, 그의 전술 카드를 야금야금 쓰게 만들면서 자기 병력은 유지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더군요. 프로이센을 상대로한 초반 전투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전술카드 소진이어야 할 듯합니다. 신성로마제국군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엔 작센 쪽에서 프로이센의 보급부대를 노리는 것도 괜찮죠.

이렇게 전쟁이 진행되다가 이제 5턴이 다 지나고, 중반을 들어서면서 드디어 운명의 카드를 1장씩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8~9턴 쯤이었나, 먼저 나온 이벤트가 하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가 받는 전술카드가 1장씩 줄어드는 이벤트... (털썩)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작센 쪽에 보냈던 장군 2명을 합쳐서 프로이센 남부쪽으로 지원을 왔고, 폴란드까지 갔다가(;;) 아슬아슬하게 보급부대가 끊기지 않았던 장군들을 모아서 다시 한번 프로이센을 압박했습니다. 한편 서쪽에서는 프랑스가 하노버의 거의 모든 도시를 점령하고 프리드리히와도 싸워서 이기면서 프로이센의 전술카드를 상당히 소모시켰습니다. 프로이센 힘이 약해진 틈을 타서 "이때다!" 하던 오스트리아가 남프로이센에서 다시 한번 전투를 걸었습니다. 그 결과 크게 이기면서 아래 사진과 같이 프로이센 남부는 거의 오스트리아 군에게 넘어갔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크게 패배한 프로이센 장군 1명이 저 멀리 폴란드 영토까지 가있죠. 사실 보급을 끊어서 부대를 공중분해시킬 의도였는데, 다음 턴에 가운데 위에 보이는 보급부대와 아슬아슬하게 랑데뷰를 하면서 되살아나더군요.(아... 더 동쪽으로 보낼걸..) 아무튼 초반에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이 강해보였던 프로이센이 큰 패배를 프랑스에게 한 번, 오스트리아에게 한 번 당하고, 장군이 하나 둘 전멸하면서 전세가 서서히 기울어지더군요. 업친데 덥친격으로 이때쯤, 영국의 원조가 끊기면서 프로이센의 전술카드까지 줄어듭니다. (프리드리히 역할을 하던 친구가 중반 이후 운명 카드 뒤집을 때마다 "대체 러시아 여제는 수명이 왜이렇게 길어!?!"라고 비명을 질러댔죠.ㅋㅋ)


이제 오스트리아 입장에서 남은 건 텅빈 프로이센 남부를 빨리 점령하는 것과, 사진 좌측에 보이는 작센에 남은 목표 도시 2개를 점령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성로마 제국군의 유일한 장군이 작센 지역에 있던 프로이센 보급 부대를 날려버렸는데, 그러자 앞의 사진 좌측 위를 보면 있는 작센 안에 고립된 프로이센 영토에 자리깔고 누워서 저 두 목표도시를 계속 보호하더군요. 이를 박박 갈았지만, 오스트리아 전술 카드가 다이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저 장군을 손 댈 수가 없었습니다.ㅠㅜ


그렇게 오스트리아 전선이 고착상태가 되었을 때, 서쪽 프랑스가 하노버 장군을 하나 날려버리고 하노버에 있는 목표 도시를 전부 점령했더군요. 그리고 드디어 프로이센 본국의 마지막 도시 2군데만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안돼.ㅠㅠ 프랑스가 먼저 이기면 안돼~ㅠㅜ)



그러나 위의 사진처럼 프리드리히 대왕의 부대가 친히 그 한 도시에 앉아서 나머지 한 도시까지 보호하며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더군요. 여기서도 프랑스가 전력을 다해 싸웠지만, 스페이드 무늬를 잔뜩 가지고 있던 프로이센을 후퇴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이쪽에서도 전선이 좀 고착됩니다.



이렇게 프로이센 본국에 프랑스군이 집중된 사이 하노버의 남은 장군으로 점령되었던 도시를 슬쩍 재점령(위의 사진 왼쪽 부분)하면서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시간을 끕니다. 그 사이 사진 중앙에서 보이듯이 오스트리아는 다이아 카드를 몇 장 들어온 걸로 작센 지역에 있던 프로이센 장군을 물러나게 만듭니다. (드디어!) 이제 2~3도시만 점령하면 이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에 프로이센도 프랑스를 막고 러시아를 막는 장군들을 제외한 모든 투입 가능한 부대를 오스트리아 전선으로 보내면서 점령된 도시를 재점령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가 전멸당하고 돌아온 장군에게 다시 병력을 줘서 보내는 등, 이미 가용한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점령한 도시 대부분을 보호할 수 있는 위치에 장군들을 배치해두고 있었습니다. (휴) 그리고 최후의 오스트리아 목표 도시를 보호하고 있던 프로이센의 장군 앞에서 병력이 충만한 오스트리아 장군 3명을 아래 사진(중앙부분)과 같이 집결시켜서 싸우고 프로이센 장군 하나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면서 최후의 도시를 소급 점령했습니다. 이렇게 오스트리아의 승리로 게임은 끝났습니다. (나의 승리!)



총 게임 시간은 룰 설명 포함해서 약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게임 종료시 한 11~12턴이었던 것 같습니다. 룰 설명한 시간과 첫 플레이라서 조금씩 알아가면서 플레이한 것을 고려하면 순수 게임 시간은 한 3시간 반~4시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게임 종료가 더 늦어졌을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게임 팁이라면 매뉴얼에도 있지만, 상대방의 카드를 소진시키기 위해서는 전투시 무승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프로이센 장군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프로이센 입장에서는 상대방과 전력으로 써워서 이기려고 하면, 전체 전역에서 계속 버틸 수가 없습니다. 프리드리히는 최대한 인내하면서 최소한의 피해로 슬금슬금 후퇴하면서 전술카드를 아끼는게 중요해보입니다. (매뉴얼에서 마지막 팁에 "프로이센은 굉장한 절제력을 발휘하며 전술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팁이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더군요.) 다른 국가들은 반대로 자신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전력을 다해서 써워서, 비록 패퇴하더라도 프로이센의 힘을 약화시키는게 중요합니다. 물론 전멸은 피해야겠지요.


오스트리아는 병력과 장군이 프로이센 다음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오스트리아가 초반에 먼저 공격적으로 프로이센을 공격해줘야 다른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오게 되는 듯 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는 결코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프로이센이 마지막까지 경계해야하는 상대인 듯 합니다.


보통 현재 자신에게 필요없는 무늬의 카드는 주로 병력을 보충하는데 사용합니다. 그리고 시도해보진 못했지만, 프로이센의 경우 보급도시가 베를린 뿐이니 러시아는 이를 점령해서 상대방 병력 징병 비용을 높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일 듯 합니다. 실제로 중반 들어서면서 프로이센 중심부를 지킬 프로이센 장군이 별로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런 베를린에 들어가기 가장 좋은 위치가 러시아군이거든요.


프로이센은 자신의 전술카드가 충분히 많은 지역이면서 도시들을 많이 보호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를 그때그때 찾아서 버텨야합니다. 처음 지도를 볼 때는 몰랐는데, 작센 지역에 군데 군데 고립된 프로이센 영토가 있는데 이 곳들이 상당히 중요하더군요. 보급 걱정 없이 프랑스,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의 목표 도시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방 보급부대를 노리고 우회해서 공격할 수도 있지만 (주로 프랑스와 러시아를 상대로) 아마 그럴 여유가 잘 안생길겁니다. ㅎㅎㅎ


아, 제가 놓친 것 하나는, 첫 플레이 때는 반드시 전술카드를 충분히 섞으세요. 화투섞듯이 섞는 걸로는 부족하고 바닥에 완전 무작위로 섞이도록 하는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무늬 카드가 뭉쳐서 분배되게 됩니다. 마치 새 트럼프 카드로 포커 게임 하니까 전부 스트레이트나 플러쉬, 스트레이트 플러쉬가 난무하는 상황같이... (덕분에 러시아의 전략이 앞에서처럼 피를 봤죠. ㅋ) 최대한 밸런스가 잡힌 게임을 위해서 4개의 전술 카드 덱을 각각 충분히 섞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운명 카드는 프리드리히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섞게하면 좋을 것 같더군요. 본인의 운명을 본인이 결정하도록. ㅋㅋㅋ


참고로 프리드리히를 플레이했던 친구는 플레이 소감이 "화이트 채플에서 잭을 하면서 피가 마르다가 포위당했던 압박감"과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하네요. ㅋㅋㅋㅋ

이상이 제가 첫 플레이 이후 느낀 점들입니다. 다음 번에는 제가 프리드리히로 플레이 해보고 싶네요. ^^


마지막 사진은 마지막 전투 직전의 상황도입니다. ㅎㅎ 점령한 도시는 체크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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