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뮤지컬 감독이 되어서 배우들을 잘 섭외해서 공연을 올리는 보드 게임, 쇼 매니저 (Show Manager) 입니다. 꽤 고전 게임입니다만, 간단하지만 매력있는 게임 규칙과 적절한 테마 때문에 매우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새로 디자인되서 나온 신판은 좀 더 구성품들이 깔끔해졌지만 배우 그림이 너무 사실적으로 바뀌어서, 전 소장하고 있는 구판의 익살스러운 배우 그림들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2~6명이 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최소한 3명 이상이 하는 게 좋고 게임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60~90분 정도 걸리더군요.



게임의 규칙을 요약하면, 이른바 셋 콜렉션이라고 부르는 카드 모으기입니다. 각자가 원하는 뮤지컬에 적합한 배우 카드를 모아서 공연을 하게 되죠. 뮤지컬은 총 4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노란색, 빨간색, 녹색, 파란색이 각각의 뮤지컬의 제목과 필요한 배역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악기는 게임 내용과는 상관없이 각 플레이어가 자기 공연을 표시하기 위한 마크입니다.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맡을 수 있는 배역에 따라서 연기력이 달라집니다. 아래 사진은 현재 캐스팅을 기다리고 있는 4명의 배우들입니다. 각 카드를 보면 자신들이 맡을 수 있는 공연의 배역에 따라서 연기력이 숫자로 적혀있습니다. 여러 배역을 맡을 수 있지만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나, 한 가지 배역 밖에 못 맡지만 완전 베스트 케스팅인 연기력이 최고인 배우도 있죠. 이렇게 대기 중인 4명의 배우 중 한 명을 데려갈려면 위에 적힌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보다시피 공짜인 배우도 있죠.


그리고 뮤지컬 배우 중에는 멀티 탤런트 배우라고, 어떤 배역이든 소화할 수 있지만 연기력이 1밖에 안되는 배우가 있습니다. 이런 배우가 왜 필요하냐면, 공연을 올린 때 "미스 캐스팅"이 하나도 없으면 전체 연기력 총합에 추가로 보너스를 주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차례에는 기본적으로 2가지 중 1가지 행동을 반드시 해야합니다. 배우 1명을 고용하던가, 공연을 올리던가입니다. 공연을 올리면, 그 뮤지컬의 모든 배역의 연기력을 더해서 공연 타일에 적고 아래 사진에 보이는 큰 보드판에 놓습니다. 도시별로 뮤지컬은 한 종류만 상영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올린 같은 공연과 인기 순위 경쟁을 하게 됩니다. 타일을 놓는 곳 왼쪽에 있는 숫자가 게임 종료시 승패를 결정하는 점수이기 때문에 내 공연의 인기 순위가 가장 중요하지요.


이렇게 공연이 올라가면, 이제 자기 차례에 "대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출이란 자신이 올린 공연의 점수를 조금 깎는 대신 돈을 받는 겁니다. (먼가 공연에 필요한 돈을 아끼면서 공연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느낌입니다. ^^) 위의 사진에서 공연 타일 위쪽 점수를 빗금치고 아래에 새로 적은 것이 바로 대출을 해서 돈을 받은 흔적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연의 퀄리티가 떨어지니 적당히 해야겠죠? 이 게임에서 처음 받은 18000 마르크(Mark) 말고는 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 대출 뿐입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배우가 대기 중인 4명 중에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돈 2000 마르크를 사용해서 4명을 전부 싹 다 갈아엎을 수 있습니다. 이게 참 재미집니다. 뒤에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배우가 안보이면 앞 사람 차례에 계속 중얼거리게 되죠. "배우들 수준이 다들 엉망이네~ 싹 다 갈아 엎지?" 이 게임의 테마와 함께 가장 즐겁게 웃게 되는 순간인 듯 합니다.


즐거운 게임이지만 전략이 없이 운에 의존하는 게임은 또 아닙니다. 어떤 공연을 먼저 올릴지, 어떤 공연을 포기하고 돈을 모아서 어떤 명작 공연을 만들어낼지 계속 고민하면서 게임을 하게 됩니다. 도시 별로 순위에 따른 점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눈치보기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구요.


게임을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공연을 올릴 때 손에 남아있는 배우 카드의 장수가 2장 이하여야만 한다는 제한 규칙입니다. 이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게 하지 않으면 이 게임은 재미가 확 떨어집니다. 이 규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공연을 올려야 하는 압박감을 받게 되거든요.


이 밖에도 놓치기 쉬운 규칙은, 한 번 공연에 올라간 배우는 다시 쓰일 수 없다는 조건과 모든 사람들이 다 올린 공연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조건입니다. 이 규칙 둘을 지키지 않아도 게임의 재미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이를 지켜야만 게임의 밸런스와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첫 번째 규칙을 지켜야 대부분의 배우들이 공연에 올라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다들 좋은 배우만 사용하려고 기다리게 되며, 이렇게 되면 누구에게 좋은 배우가 고용될지 "운"에 너무 의존하게 됩니다. 두 번째 규칙은 가장 늦게 뮤지컬을 올린 플레이어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입니다. 이 규칙이 있어야 좀 더 공연을 어서 빨리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명이서 두 번 해본 게임입니다만, 둘 다 굉장히 즐겁게 했습니다. 부족한 돈을 가지고 어떻게든 공연을 올려야한다는 압박감에 연기력이 들쑥 날쑥한 배우들을 힘겹게 모아서 뮤지컬을 만드는 감독이 되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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