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오래 전부터 이런 보드게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꼭 해보고 싶었던 게임입니다. 각자가 이야기꾼이 되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임입니다. 2인부터 6인까지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만, 해보니 사람이 많을 수록 좀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게임 룰은 매우 간단하고, 한 게임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30분 안밖인 것 같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계속 길어질 수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임이라서 사촌 동생들과 해보고 싶었거든요.



게임 룰은 간단합니다. 처음에 각자 1장씩 "엔딩 카드"를 받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제 손 맨 앞에 있는 카드가 엔딩 카드입니다. 게임의 목표는 이야기를 각자 자신의 엔딩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겁니다. 엔딩 카드 외에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인물, 묘사, 물건, 사건, 장소 등이 적혀있는 "옛날 옛적에 카드"들을 받습니다. 돌아가면서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스토리를 이어나가면서 중간에 자기 손에 있는 카드가 이야기에 들어가면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자기 손에 있는 모든 옛날 옛적에 카드를 낸 다음에 엔딩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각자 돌아가면서 이야기꾼이 되면서 자기 카드를 내는데, 중간에 다른 사람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칼질하고, 풀질하고, 플텍 작업끝에 완성시킨 부분 한글화 기념으로, 항상 새로 산 게임 테스터로 참여해주는 (그래서 저를 가차없이 이겨버리는;;) 고마운 동료 두 명과 함께 셋이서 해봤습니다. 셋 다 입을 다물고 게임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녀석들이라 스토리가 아주 그냥... 산으로 바다로 가버리더군요. ㅋ 미친 듯한 스토리에 어이없어 웃고 즐겼네요. 꽤나 즐겁게 연속으로 3~4번 플레이 한 것 같습니다. 구경하던 한 명도 낄낄 거렸네요.



아쉬웠던 것은 각자의 엔딩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 스토리가 좀 두서없이 지기 쉽습니다. 게임 새로 할 때마다 "야, 우리 이번엔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고급진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라고 했지만, 어느새 각자의 엔딩으로...ㅋ 이것도 나름 즐겁긴 합니다만, 다른 변형룰이 없을까 해서 보드게임긱 포럼을 뒤져봤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룰들이 있는데 꽤 좋은 변형룰이 많더군요. 그 중 적용하고 싶은 게 몇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기 차례에 낼 수 있는 옛날 옛적에 카드 갯수를 최대 3개로 제한한 겁니다. 입담 좋은 한 사람이 계속 혼자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는 것을 적당히 제한할 수 있을 것 같은 룰입니다. 두 번째는 손에 든 옛날 옛적에 카드가 2장 이하일 경우, 이야기꾼이 바뀔 때 카드 1장을 버리고 2장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룰이었습니다. 카드가 1장 남거나 하면 그 한 장이 끼어들기 카드가 아니면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룰 같습니다.


마지막 변형 룰은 가장 마음에 드는 건데, "주인공 인물" 설정하기입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랜덤하게 캐릭터 카드를 한 장 뽑습니다. 그 캐릭터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됩니다. 따라서 모두 각자 이야기를 만들때 그 인물을 주역으로 사용해야만 하는 거죠. 이로써 두서없이 산으로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 엔딩 카드가 불리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할 때 엔딩 카드를 2장씩 받고 시작합니다. 둘 중 어느 쪽 엔딩이든 쓸 수 있는거죠. 이 룰을 더 넓혀서 "인물"카드로 국한시키지 않고, 아무 카드는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삼는 것을 제안한 사람도 있더군요. 인물이 나오면 주인공이 되는거고, 물건이 나오면 마치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같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물건으로 삼아야 하며, 만약 어떤 "묘사"카드가 나오면 이야기 전체의 느낌과 분위기를 그 묘사로 유지해야 하는 거죠. 꽤 괜찮은 룰 같습니다.


다음번 게임에서는 일단 주인공 설정 룰을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이를 확장시켜봐야겠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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