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다이아몬드(Diamonds)는 카드 게임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트릭 테이킹 (Trick-taking)" 게임입니다. 일본의 "나폴레옹"의 규칙을 기본으로 하는 "마이티(Mighty)"나, 윈도우에 기본 탑재된 "하트(Hearts)"가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트릭 테이킹 게임일 겁니다.


다만, 트럼프 카드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게임들은 "테마"라는 것이 별로 없고, 단지 '규칙 아래에서 서로 겨루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전 건조하게 느낍니다. 본디 제가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드게임이 사람들을 다양한 상황에 던져주고, 그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설사 그게 협박과 좌절, 배신과 뒤통수 치기일지라도.ㅋ), 그래서 함께 웃고 떠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트릭테이킹 게임들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서 서로의 플레이를 보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초보자들은 그런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좀 더 친절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처음으로 재미를 느끼고 플레이한 트릭 테이킹 게임 "다이아몬드"는 이런 친절함이 맛있게 담겨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의 피드백으로 바로 눈 앞에서 이쁜 보석이 곧장 왔다갔다 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각자 금고 모양으로 된 가림판을 하나씩 받아서 자기 앞에 놓습니다. 흰색 보석과 빨간색 보석 덩어리들을 가운데 쌓아둡니다. 그리고 각자 자기 금고 "앞"에 흰색 보석 3개를 놓고 시작합니다. 이 보석이 자기 점수입니다. 게임 종료시 자기 금고 앞에 있는 보석은 1개당 1점, 자기 금고 "안에" 있는 보석은 1개당 2점이 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보석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이 게임은 트럼프 카드와 동일한 4가지 무늬마다 1부터 15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 카드 60장를 사용하며, 각자 10장씩 손에 쥐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남는 카드는 잠시 게임에서 빼둡니다.) 아래 사진은 4명이 게임을 할 때 시작 상황을 보여줍니다.



시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1장 내려놓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모두 동일하게 1장씩 내려놓습니다. 이때 반드시 "시작하는 사람이 내려놓은 카드의 무늬"가 자기 손에 있으면 그 무늬 카드를 반드시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 무늬를 흔히 "리드 슈트(the suit led)"라고 합니다. 만약 리드 슈트가 자기 손에 없다면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높은 "리드 슈트" 카드를 낸 사람이 이번 라운드에 나온 모든 카드를 가져와서 자기 앞에 놓아두고, 다음 시작 플레이어가 됩니다. 이걸 한 "트릭"이라고 합니다. 이를 10번 반복하면 모두 손에 카드가 동시에 다 내려놓게 되고 한 라운드가 끝납니다.


이 다이아몬드 게임에서는 "보석"을 많이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보석"을 모으냐하면,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 4가지가 있습니다.


1. 중앙에 있는 더미에서 흰 보석 하나를 내 금고 "안으로" 가져온다. (◇ 액션)

2. 중앙에 있는 더미에서 흰 보석 하나를 내 금고 "앞에" 가져온다. (♡ 액션)

3. 내 금고 "앞에" 있는 흰 보석 하나를 내 금고 "안으로" 가져온다. (♠ 액션)

4. 남의 금고 "앞에" 있는 흰 보석 하나를 내 금고 "앞에" 가져온다. (♣ 액션)



위의 참고 카드에 이 4가지 무늬 액션을 요약해 놓았고, 이 액션들을 이용해서 보석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액션을 언제 할 수 있느냐?


1. 트릭을 먹은 사람은 "리드 슈트" 무늬 액션을 1번 합니다.

2. "리드 슈트"가 손에 없어서 다른 카드를 낸 사람은, 그 카드의 무늬 액션을 즉시 1번 합니다.


기본적으로 위의 2가지 방법으로 저 4가지 액션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번의 트릭이 모두 끝나고 나면, 각자 자신이 이번 라운드에서 자기 앞으로 가져온 카드를 늘어놓고 무늬 별로 카드 수를 셉니다. 그래서 각 무늬별로 가장 많은 카드를 가진 사람이 1번 씩 그 무늬 액션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한 번도 카드를 자기 앞으로 "가져오지 않은 사람"은 "◇ 액션"을 2번 합니다.


게임의 규칙은 이게 거의 전부 입니다.



이 게임은 매우 간단한 규칙의 트릭테이킹 게임이며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여러번 플레이하면서 느낀 재미 요소는 "♣ 액션"이 상대방 금고 앞에 있는 보석을 뺏아오기 때문에 이때 누구의 것을 뺏아오느냐를 고를때 가장 재밌었습니다. 서로의 금고 안에 몇개의 보석이 들어있는지 잘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들 자기는 가난하다고 외치고 있고, 누구는 금고 안은 비었는데 금고 앞에만 보석이 많아서 괜히 부자로 보이는 것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이 상황에서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 받는 대화가 웃음을 만들어내고 재미를 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물론 자기 카드 상황을 보고 전략적인 플레이도 하게 됩니다. 트릭을 먹으면서 액션을 할 생각으로 전략을 짜느냐, 아니면 트릭을 아얘 안먹는 전략으로 나가느냐, 혹은 한두 무늬 카드만 많다면 트릭을 안따라가면서 야금야금 액션을 할 계획을 세우느냐... 등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전략성을 높이려면 모든 카드를 사용해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카드가 나왔는지 세어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제가 생각하는 이 게임의 최고 장점은 금고와 보석, 그리고 무늬 액션 입니다. 보통 트릭테이킹 게임에서는 라운드가 끝나야 자기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점수"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 다이아몬드 게임에서는 트릭이 진행되면서 꾸준히 "보석"이 내 손에 들어오고 상대방에게 뺏기고 하는 것들이 눈 앞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빠른 피드백 덕분에 게임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해서 자기 나름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죠.


이 다이아몬드는 트릭 테이킹 게임 중 최고라고 말할 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다만 트릭 테이킹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게임"일 수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 그리고 수 많은 보석(작고 흰 보석 110개, 빨간 보석 25개)과 금고 가림판은 사실, 다른 게임에서도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자 비밀리에 점수를 계산하기 좋거든요. 자체로 매우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이 포스팅에서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보드게임긱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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