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게임 디자이너, 미하엘 샤흐트(Michael Schacht)의 2인용 타일 놓기 게임, 랫 핫(Rat Hot)입니다. 원래 정크(Junk)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에서 타일 놓기 부분만을 강조하는 게임으로 따로 만들어서 웹 상에 공개한 PNP (Print and Play)게임입니다. 이게 인기가 많아지면서 나중에 퀸 게임즈(Queen Games)에서 2005년에 정식으로 발매했습니다.



이 게임은 3x1 짜리 타일 43개와 회색과 노란 점수 토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3개 타일 중 1개는 시작 타일입니다. 점수 칩은 각각 1점, 2점짜리 입니다. 게임은 두 사람이 서로 번갈아서 타일을 놓으면서 점수를 얻고, 게임 종료시 높은 점수를 갖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게임은 묘~하게 긴장감이 있습니다. 바로 "쥐" 때문이죠.


우선 시작하기 전 서로의 색깔을 정합니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 할지 정합니다. 그리고 시작 타일을 앞면으로 깔고, 나머지 42개를 뒤집어 놓고 시작합니다.



게임에는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4가지 종류의 매운 채소(?)와 쥐가 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타일 2개를 더미에서 꺼내서 놓습니다. (단, 게임 시작과 마지막에는 타일 1개만 꺼내서 놓습니다.) 그리고나서 방금 놓은 타일에 대한 점수를 각자 받습니다.


타일을 놓을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바닥에 놓을 때는, 기존 타일과 최소한 1x1 정사각형 한 변은 접해야 한다.

2. 기존 타일 위에 놓을 때는, 올려 놓은 타일 아래에 빈 공간이 있으면 안된다.

3. 기존 타일 위에 놓을 때는, 올려 놓은 타일 아래에 2개 이상의 타일이 깔려야 한다. (기존 1x3 타일 위에 그대로 올리는 것이 안된다는 뜻)


이런 식으로 타일을 쌓아가면 아래 사진과 같이 겉보기에 이쁘고 화기애애한 판이 만들어집니다.



자기 차례에 2개의 타일을 놓고 (시작과 마지막은 1개의 타일을 놓고) 점수를 받습니다. 점수는 방금 놓은 타일이 같은 색깔이면서 같은 채소를 새롭게 연결시켰다면, 이에 대한 점수를 그 색깔 주인이 받습니다. 연결된 채소의 갯수가 2개면 1점, 3개 이상이면 2점을 받습니다. 그래서 서로 자기 차례에 자기 색깔 채소를 같은 거끼리 연결시키려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게 됩니다. 실수하면 상대방 채소를 연결시켜서 내 턴에 상대방에게도 점수를 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잘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 타일이 놓이고 점수가 계산되면, 최종 타일 배치 상황을 보고 최종적으로 연결된 채소들에 대해서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각자의 점수를 추가로 받습니다. 그리고나서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앞서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 점수를 많이 얻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게임에서 이기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상대방 색깔의 쥐 3마리를 보이게 만들고 이를 못 막게 하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의 커다란 쥐는 게임과 상관없습니다.ㅋ)


자기 턴에 타일 놓기를 마쳤을 때, 쥐가 3마리 이상 보이는 상태라면 점수에 상관없이 즉시 패배합니다. 이게 이 게임에서 긴장감과 변수를 만들어줍니다. 내 차례에 상대방 쥐가 있는 타일을 뽑으면, 이걸 어떻게 놓아야 상대방이 가리기 힘들까.. 고민하게 됩니다. 내 차례에 내 쥐가 나올 경우에는 이걸 어떻게 잘 가릴까 고민하게 되죠.


쥐가 1마리 보이는 것은 별로 위험 신호가 아닙니다. 하지만 쥐가 2마리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방 손에 내 색깔 쥐 2마리가 들려지면, 내 차례에 이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 한 게임 2번 모두 이렇게 당했습니다.ㅠㅜ)


하지만 상대방이 점수로 앞서고 있다면, 쥐를 가릴 여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점수를 욕심내느냐, 쥐를 가리느냐.. 고민하게 되는 거죠. 특히 마지막 차례인 사람에게 주어진 타일은 1개입니다. 빨간색을 고른 사람이 먼저하면서 게임 시작시 타일을 1개 썼다면, 초록색을 고른 사람이 마지막에 타일을 1개만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이 조금 더 위험할 수 있죠.


규칙 설명은 5분 정도면 충분하고, 게임 시간은 10분~20분 이내로 끝납니다. 규칙이 쉽고 빨리 끝나지만,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고민, 타일 배치를 어떻게 할지 머리를 굴리게 되는 짧고 좋은 게임입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정식 발매된 게임을 구하는게 어려운 것 같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PNP로 공개된 자료가 너무 디자인이 칙칙해보여서, 그냥 새로 디자인해서 만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이 제가 뚝딱뚝딱 만든 버전입니다.^^ 컬러 출력해서 하드보드지에 붙이고 비닐을 붙이고 열심히 칼로 잘라서 만들었습니다. 작은 카드 케이스에 쏙 들어가기 때문에 휴대하기 좋아서 평소에 그냥 들고 다니면서 카페에서 가볍게 둘이서 하기 좋습니다.


카페에서 연인과 (혹은 쥐를 건내주고 싶은 친구와) 가볍게 랫 핫 한 판 추천합니다. ^^ 한 판 더! 를 외칠 수도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사진을 제외한 이 포스팅의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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